동문시장 '돼지엄마' 이선임씨
동문시장 '돼지엄마' 이선임씨

 

활력이 넘치는 동문시장 중간엔 수산시장이 위치한다. 수산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싱싱한 수산물을 사기 위해 항상 발걸음이 바쁘다. 이곳저곳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오늘 가족들과 함께 할 저녁 밥상에 올릴 생선이나 고마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할 거리들을 찾는다. 사람들이 붐비는 동문 수산시장 중간에는 오랜 세월동안 굳건히 갈치장사를 한 ‘돼지엄마’가 있다. 동문시장 사람들과 오랜 손님들이 ‘돼지엄마’라고 부르는 이선임(75)씨이다. 75세의 나이에 접어든 그녀는 41년째 생선가게를 운영 중이다.

'돼지엄마’의 생선가게는 오며가며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한다. 그녀는 원래 광주광역시 출신이다. 사는 것이 어려워 60여년 전 제주에 일을 하러 왔다가 조천 출신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제주에서의 긴 삶을 살았다.

 


 

 

동문시장에서는 식료품 가게 점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서른넷 나이에 갈치장사를 시작해 어린 자식들이 공부를 마칠 때까지 뒷바라지를 했다. 젊은 나이부터 장사를 시작했지만 옷에 배기고 몸에 배긴 생선 냄새가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다.

그저 세 아들 잘 자라는 것을 보는 것에 행복했고, 본인 손으로 학교를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좀 쉬어야지’ 이렇게 생각하며 일해본 적이 없어 오히려 쉬는 것이 어색하다. 시장에 나와서 일하는 것이 마음이 편해 그녀는 일흔 다섯의 나이에도 변함없이 장사를 한다. 일 년에 설날 당일, 추석 당일 이렇게 이틀만 휴일을 갖고 나머지 날에는 항상 가게 불이 켜져 있다.

“아침 8시정도에 나와서 밤 8시까지는 가게에 있어요. 여기 나와야 마음이 편해요. 가게에 앉아서 커피한잔 먹고 사람들하고 이야기하고 하는 게 쉬는 거죠 뭐.”

그녀가 이렇게 41년 동안 쉬지 않고 갈치장사를 할 수 있게 한 힘은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으로 키워낸 첫째 아들은 지금 그녀의 장사를 20년째 함께 돕고 있다.

 


 

이선임씨와 일을 함께 하고 있는 큰 아들 박성철씨
이선임씨와 일을 함께 하고 있는 큰 아들 박성철씨

 

나이 들어가는 어머니가 걱정이 된 큰 아들은 오현고와 전남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무역회사를 다니다 결단을 내린다. 서울에서의 삶을 접고 제주로 내려왔다. 2001년부터 함께했으니 벌써 횟수로 20년째다. 둘째는 서울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막내는 듬직한 해병대 대대장이다. 막내는 어렸을 때 항상 장사하는 그녀 옆에 있으면서 동문시장 곳곳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막내아들은 몸집이 통통해 ‘돼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그 덕분에 그녀도 자연스럽게 ’돼지엄마‘란 호칭을 갖게 된다.

고된 일 속에 힘들지 않았던 건 손님들과의 따뜻한 온정이 있어서이다. 어느덧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수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 했다. 품질 좋은 갈치만 한결 팔았으니 한번 이곳에 발걸음한 손님들도 두 번 세 번 그 이상 오는 단골고객이 된다.

“어떤 손님들은 나를 보면서 엄마 생각난다고 하며 갈치를 사가요. 그런 마음 느끼면 짠하기도 하고 고맙죠. 오랜 시간 본 손님들은 이젠 가족 같아요. 요즘 잘 살고 있는지 이야기도 하고 우리 집 갈치를 맛있게 먹었다고 하면 그저 좋죠.”

 


 

 

돼지엄마가 수십 년 동안 갈치를 잡은 손은 영광의 손이다. 제주 동문시장에서 오로지 생물 갈치를 취급하는 가게 중에서는 가장 오래 됐다고 한다. 무르고 굳은살이 잡힌 그녀의 손은 열정을 다해 살아온 흔적이며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는 손이다. 요즘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이전 판매량의 70%만 팔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어려운 시기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그저 고맙기만 하다.

“나는 딱 죽을 때까지 갈치 장사할 겁니다. 하늘이 허락할 때까지 갈치 장사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언제까지 장사를 하고 싶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한 그녀. 앞으로도 한결 같이 우리 옆에 함께할 그녀에 대한 존경이 우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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